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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정책 결정에서 합리적 의사결정이란?
<이병록의 책을 통해 세상 읽기> 존J.미어샤이머, 서배스천 로사토의 <국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영암일보입력 : 2025. 02. 21(금)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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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록 소장
현실주의자 학자인 존 J. 미어샤이머는 미국이 지나치게 '자유주의적' 문화에 젖어서 국제정치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비판해 왔다. 자유주의 국제정치 이론에 기초하여 무리하게 행동하다가 국력을 낭비했고, 지금도 중국의 부상을 동아시아에서 저지한다는 제1의 국가 목표를 망각하고, 자유주의 수호라는 헛된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원인을 푸틴 대통령 개인 성격에 초점을 맞추고는 비 합리적 판단으로 보는 경향을 비판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국가가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가정이 흔들리는 시대에 그 전제를 방어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미 대사 윌리엄 번스 보고서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가장 선명한 레드라인이다. 크렘린궁 어두운 구석에 숨어 있는 얼간이들부터 가장 날카로운 자유주의 비평가까지 2년 반 넘게 대화를 이어오면서,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이 러시아 이익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라고 저자 주장을 뒷받침한다.
합리성 판단은 두 가지다. 첫째는 가정, 인과 논리, 실증적 주장에 바탕을 둔 ‘신뢰성 있는 이론’이다. 두 번째는 ‘심의’ 과정이다. 최종 결정자가 조력자일 때는 활발하고 자유롭게 다양한 심의 과정이 존재할 수 있다. 최종 결정자가 지배자라면 심의 없이 지배자의 관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합리성은 의사결정 과정에 관한 것이지 그 결과에 관한 것이 아니다.
1968년 소련의 체코슬로바키아 침공 결정, 미국의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 확대 결정을 합리적 결정이라고 판단한다. 특히 냉전 이후 미국의 나토 확장 결정과 냉전 이후 미국의 자유주의 패권 추구 결정은 다른 현실주의자들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론에 근거한 정책이고, 심의 과정을 거친 결과물로써 합리적이라고 평가한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비합리적이었다고 생각하는 역사적 사례들이 해당 국가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임을 주장한다. 이런 분석은 그 자체를 떠나서 과연 어떤 나라든지 신뢰성 있는 이론과 적절한 심의 과정, 분별력을 지닌 지도자를 지니고 있냐는 문제일 것이다.
비합리성은 세 가지 형태 중 하나다. 첫째, 정책결정자들이 신뢰성 없는 이론을 취하거나 아예 이론에 근거하지 않은 주장을 하고, 심의에 실패한다. 둘째, 신뢰성 있는 이론에 근거하지만, 결정 과정에서 심의가 빠진다. 셋째, 신뢰성 없는 이론이나, 이론에 근거하지 않은 주장을 하지만, 심의 과정을 거친다.
저자는 신뢰성 없는 이론이나 감정에 치우친 주장에 근거했고, 심의 부재의 결과물인 전략적 비합리성 사례로 4가지를 제시한다. 대전략 결정에서 20세기 초 독일이 영국에 대항하기 위해 강력한 해군을 구축하기로 한 위험 전략 결정, 1930년대 말 영국이 유럽 대륙에서 전투를 수행할 군대를 구축하지 않기로 한 무책임 전략 결정이다. 위기 대응 결정에서 미국이 1961년에 내린 피그스만 침공 개시 결정과 2003년의 이라크 침공 결정이다.
이 중에서 가장 최근의 이라크 침공만 언급하자면, 부시 독트린은 신뢰성 있는 이론과 신뢰성 없는 이론의 조합에 바탕을 두었다. 민주평화 이론과 '충격과 공포'는 신뢰성 있는 이론이다. 그러나 강제적 민주주의 증진 이론과 도미노 이론은 신뢰성 없는 이론이다. 역사적 기록을 보면 다른 나라에 민주주의를 강요했던 시도는 모두 실패로 끝났다. 도미노 이론 역시 알려진 만큼 효과가 있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심의가 누락 되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은 토론에 많이 참석하지도 않았다. 전쟁을 지지하는 사람은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부 장관 등이고, 반대파는 파월 국무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의 최고위급 장군들이었다.
전쟁 지지자들이 심의를 저해하기 위해 썼던 전술은 네 가지였다. 첫째는 심도 있는 토론을 거부했다. “잠자코 있어라. 대통령이 이미 마음을 정했다"라 거나, '120일 안에 우리가 이기고, 3만 명을 제외한 미군 병력 전체가 귀환한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는 비판을 무시했다. 육군 주도로 25명 정도의 군사 전문가, 지역 전문가, 외교관, 정보 장교들 모임이 개최되었다. '미국이 전쟁에 이기고도 평화 구축에서는 패배할 가능성은 매우 현실적이고도 심각하다"는 등의 많은 경고가 무시되고 환영받지 못했다."
셋째는 억압이다. 육군 참모총장 에릭 신세키는 이라크 점령에 "수십만 병력"이 필요하다고 상원 군사위원회에 보고했다가, 고위 관료에게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했다. 넷째는 강제다. 체니 부통령은 자신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와 들어맞지 않는 평가는 전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정보기관에 분명히 알렸다.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는 결과 보고에 언짢아했다. CIA는 결국 의도에 맞는 보고서를 올렸다.
이 책에서는 국가안보실 담당자 한 명이 시카고 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보내면서 미어샤이머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현 정부의 대외 정책은 북·중·러를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지 못하는 국가로 보고, 미·일은 '가치 동맹'으로 본다. 자유주의적 가치의 개입을 철저히 배제하고 힘의 역학관계를 통해서만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저자와 반대라는 것이다. 오히려 저자가 비판하고자 했던 미국 자유주의자들이나 네오콘을 닮아가는 측면이 있다는 평이다.


[약력]
정치학 박사
덕파통일안보연구소장
저서<관군에서 의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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