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
트럼프 대통령 1기 외교 정책: 실패의 교과서
<이병록의 책을 통해 세상 읽기> 스티븐 M. 월트의 『미국외교의 대전략』- 4
영암일보입력 : 2025. 03. 07(금) 09:39
가가
▲이병록 소장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관은 특정 문화와 민족적 정체성을 강조하면서도, 세계를 제로섬 게임으로 바라보는 비타협적 관점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의 철학은 백인, 앵글로색슨, 유대-기독교적 가치에 기반을 두었으며, 이를 미국 우선주의와 결합하여 국수주의적 정책으로 구체화했다.
그의 리더십은 무지와 충동적인 의사결정으로 특징지어졌다.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며, 초당파적 합의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단기적인 정책 변화를 시도했으나, 장기적 비전과 체계적 실행력의 부재로 인해 미국의 국제적 위상을 약화시켰다. 정책 방향은 때로 급진적이었고 일관성이 부족했으며, 자신이 약속했던 변화조차 충분히 실현하지 못했다.
자유민주주의 전파, 인권 존중, 규범 기반 세계 경제 등 전통적인 미국 대외정책 기조에 무관심했다. 다자주의와 동맹 관계를 경시하며, 외교 대신 군사력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방식을 택했다. 특히 중동 정책에서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며 ‘2국가 해법’을 무시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서 미국의 중재자 역할을 사실상 포기했고, 국제사회의 강한 반발을 초래했다. 유엔 총회는 그의 조치를 135대 9로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며, 미국 외교적 위상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설계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며, 오히려 중국 영향력을 확대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자유무역 체제를 ‘미국에 불리한 구조’로 규정하며 기존 다자간 협력 체계를 약화했다. WTO를 활용해 중국을 견제할 기회를 놓친 대신, WTO 자체를 비판하며 미국의 경제적 고립을 초래했다.
행정부의 운영은 부동산 사업에서의 관리 방식과 다를 바 없었다. 재능 있는 인물을 식별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데 실패했으며, 보좌진 교체가 잦아 행정부는 혼란과 불안정을 반복했다. 국가안보보좌관을 24일 만에 해임하고, 공보국장을 2주 만에 교체했으며, 첫해 보좌진 교체율은 34%에 달했다.
국무부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예산 삭감과 조직 개편으로 대량의 사직서를 불러왔으며, 고위 외교직 대부분이 공석으로 남았다. 트럼프는 “내가 유일하게 중요한 존재”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국무장관 틸러슨이 그를 ‘멍청이’라고 불렀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외교정책 공동체는 트럼프와 거리를 두었고, 동조자도 거의 없었다.
북한과의 정상회담은 조건 없는 수락으로 시작되었지만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트럼프는 국무장관이 북한과 협상하려는 노력을 ‘시간 낭비’라고 트위터에 언급하며 관계자들의 입지를 약화시켰다. 카타르에 대한 사우디 보이콧을 부추기는 트윗은 미국의 주요 공군기지 사용권을 위협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국방부와 국무부 개입으로 사태를 수습했으나, 이란 핵합의 파기는 다자주의와 동맹국 간 협력을 훼손하는 중대한 실수로 기록되었다.
미국의 신뢰도와 동맹국과의 관계를 약화시켰다. 미국의 국제적 신뢰도는 급격히 하락했다. 오바마 대통령 말기, 전 세계 64%가 미국 리더십을 신뢰했으나, 트럼프 취임 후 6개월 만에 신뢰도는 42%로 하락하며, 2017년 30%로 역사상 최저 수준에 도달했다.
트럼프는 자유주의 패권에 대해 경멸하며 비판했지만, 이를 대체할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거나 면밀히 검토하지 못했다. 외교정책을 제로섬 경쟁으로만 바라보았고, 미국 핵심 이익과 전략적 지역의 중요성, 주권국들이 공동으로 행동해야 할 핵심 분야에서 효과적인 규칙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외교 정책은 변화를 가져오기보다는 미국 입지만 약화시켰다.
그는 지나치게 많은 악담을 늘어놓아 회의론자들을 설득하지 못했으며, 외교정책 공동체를 분열시키지도 못했다. 최소한 외교 정책 기관을 약화시키는 데는 성공했으나, 자신의 세계관에 맞춰 전환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트럼프 외교 정책은 실패의 교과서로 남았다. 이러한 실수를 만회하려면 정책의 근본적인 재검토와 국제적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 트럼프 2기 정책이 과거의 실수를 극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더 큰 실수를 불러일으킬지 미지수다.


[약력]
정치학 박사
덕파통일안보연구소장
저서<관군에서 의병으로>

실시간뉴스

많이 본 뉴스

기사 목록

영암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