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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들의 방사 장면-이황(3)
재미있는 철학 이야기(제55화)
영암일보입력 : 2025. 06. 27(금)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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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률 철학박사
지난 호에 퇴계의 ‘아내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 에피소드 하나만 더 소개하고자 한다. 퇴계의 첫 번째 부인이 산후 조리를 잘못하여 사망한 후, 맞아들인 권씨는 정신이 혼미한 여자였다. 어느날 온 가족이 바삐 제사상을 차리는 중에 상 위에서 배가 하나 떨어졌다. 그러자 권씨는 얼른 집어 치마 속에 감추었고, 이를 본 퇴계의 큰형수가 이렇게 꾸중을 했다. “동서, 제사상을 차리다가 제물이 떨어지는 것은 우리들의 정성이 부족해서인데, 그걸 집어 치마 속에 감추어서야 되겠는가?”

이때 방안에 있던 ‘남편’ 퇴계가 밖으로 나와 이렇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형수님. 앞으로는 더욱 잘 가르치도록 하겠습니다. 조상님께서도 손자 며느리의 잘못을 귀엽게 보시고 화를 내시진 않을 것 같습니다.” 이에 큰형수가 웃으면서 권씨에게 말했다. “동서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일세. 서방님 같은 좋은 분을 만났으니 말일세.”

그리곤 둘이 있을 때, 퇴계가 아내에게 그 까닭을 물었다. 이에 권씨가 먹고 싶어서 그랬다고 대답하자, 퇴계는 그 배를 손수 깎아 주었다고 한다.

어느 날 퇴계와 율곡 이이의 제자들 사이에 스승님의 잠자리 문제가 화제에 올랐다고 한다. 그러는 중에 ‘과연 저 훌륭한 분들의 부부 관계는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일었던 모양이다. 궁금중을 참지 못한 제자들이 창호지에 구멍을 내어 훔쳐 보는데, 율곡의 경우 매우 ‘젊잖게’ 방사를 치룬 반면, 퇴계의 경우에는 차마 입에 담기 힘들 정도로 ‘난잡’했다고 한다. 무척 당황한 퇴계의 제자들 가운데 하나가 다음날 아침 퇴계에게 물었다. “율곡 선생님은 잠자리에서조차 근엄하고 젊잖으셨는데, 스승님은 너무나....” 이에 퇴계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남녀 간의 교합이란 음과 양의 조합인데, 어찌 조용히 행할 수 있겠느냐? 점잖게 교합하는것이야말로 되리어 이치에 어긋나는 것이다.” 이는 물론 꾸며낸 이야기겠지만, 어떻든 율곡에게 후사가 없었던 반면 퇴계의 후손들은 번창했다고 한다.

퇴계는 중국 정주학(程朱學)에 기초하여 스스로의 독창적인 철학 체계를 세움으로써 조선의 통치 이념을 완성했다. 주지하다시피, “사단(四端-사람의 본성에서 우러나는 네 가지 마음씨. 인의예지-仁義禮智)은 이(理)가 촉발시킨 것이고, 칠정(七情-사람의 일곱 가지 감정인 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 사랑, 미움, 욕심. 즉, 희로애락애오욕)은 기(氣)가 일으킨 것이다.”라고 하는 그의 주장에 의해 촉발된 것이 그 유명한 ‘사단칠정 논쟁’이다. 당시 퇴계는 성균관 대사성(정3품)까지 지낸 59세의 노대가였고, 고봉 기대승은 겨우 과거에 급제한 33세의 젊은 선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퇴계는 고봉의 이론을 신중히 검토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발견할 때마다 고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사단 역시 기에 의해 촉발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고봉과 8년여에 걸쳐 전개된 이 논쟁을 통하여, “사단은 이(理)가 촉발하여 기(氣)가 그것을 탄 것이요, 칠정은 기(氣)가 촉발하여 이(理)가 그것을 탄 것이다.”로 입장을 정리한다. 이 논쟁으로 말미암아 퇴계의 사상은 상당한 체계를 갖추게 되었고, 또 당시의 정체된 학문 풍토에 참신한 기풍을 일으켜 조선의 성리학 자체가 한 차원 높아졌다고 평가받는다.

그의 이(理) 일원론은 사회, 윤리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예컨대, “군주와 신하가 있기 이전에 이미 군신의 이치가 있었다.”는 식으로, 봉건적 윤리 규범을 거부할 수 없는 천리(天理)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것은 당시 봉건적인 중앙집권제에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것이라 하겠다. 한국을 대표하기에 충분한 그의 사상은 오늘날 동양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 걸쳐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약력]
광주교육대학교 명예교수
철학박사
소설가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상임위원
한국 산업인력공단 비상임이사
한재골 아카데미 원장
유튜브 채널 '강성률철학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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