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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칼을 부러뜨린 윤석열, 구치소 철문 뒤에 숨다
영암일보입력 : 2025. 07. 18(금)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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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 변호사
한때 그는 ‘법과 원칙’의 화신(化身)이었다. 스스로를 정의의 칼이라 칭하며, 살아있는 권력에도 거침없이 칼날을 휘두르던 검찰총장.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비장한 선언으로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고, 마침내 헌법 제69조에 따라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라고 엄숙히 선서했던 대통령이었다.
그랬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금 서울구치소 철문 뒤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에어컨이 없는 3평 독방이 덥고, 운동 시간이 부족하다며, 한때 자신이 이끌었던 사법 시스템의 가장 기본적인 절차인 소환 조사마저 거부하고 있다. 이는 피의자의 방어권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쫄렬하고 비겁한 저항이다. 이는 단순한 수사 거부가 아니라, 그가 평생 쌓아 올린 모든 명분과 존재 이유에 대한 자기부정이며, 대한민국 법치주의에 대한 정면 테러다.
생각해보라. 그가 휘두르던 칼날 아래 수많은 이들이 조사실로 향했다. 그들 역시 인간으로서의 고통과 모멸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이라는 시스템은 그들의 호소를 ‘법 앞의 평등’이라는 대의 아래 묵살했다. 이제 그 칼날이 자신을 향하자, 그는 돌연 가장 연약한 피해자로 둔갑한다. 내란, 직권남용, 가족 비리라는 세 개의 특검 칼날이 겨눠진 것은 그의 재임 기간이 남긴 필연적 결과물임에도, 그는 이를 ‘정치 탄압’이라는 상투적인 프레임으로 덧칠하며 진실과의 대면을 필사적으로 회피하고 있다.
이는 전략이 아닌 발악이며, 권리가 아닌 억지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으로서 그가 누구보다 잘 알았던 것은, 묵비권이 조사실 출석 자체를 거부할 권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의 저항은 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영리한 법률가의 모습이 아니라, 단지 진실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운 범죄 혐의자의 초라한 몸부림일 뿐이다.
가장 분노스러운 지점은 그가 대한민국 시스템 자체를 인질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의 ‘버티기’는 전직 대통령의 수사 거부라는 추한 선례를 넘어, “힘 있는 자는 법 위에 군림할 수 있다”는 최악의 메시지를 우리 사회에 각인시키고 있다. 이는 법치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뿌리부터 썩게 만드는 독극물과 같다.
구치소 철문 뒤에서 벌어지는 이 볼썽사나운 저항은 한 개인의 몰락을 넘어, 우리 시대의 비극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법의 이름으로 권력을 잡았으나, 결국 그 법을 조롱하며 무너져 내리는 자. 우리는 지금, 스스로 정의의 칼을 부러뜨리고 역사 앞에 가장 비겁한 자로 기록되기를 자처하는 한 남자의 마지막을 목도하고 있다. 그가 남기는 것은 공화국에 깊게 팬 상흔과 우리 모두의 가슴에 응어리진 끝 모를 분노뿐이다.



[약력]
육군대학 법무실장
군사법 교관
합동군사대학교 법무실장
국방부 외부 인권교수
합동군사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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