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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의 燈(등)-새마을금고의 위기, 신뢰의 붕괴
서민의 울타리인가 위험의 사각지대인가
영암일보입력 : 2025. 10. 29(수)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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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호 영암일보 대표이사/법학박사
올해 국정감사는 새마을금고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전국적으로 1,200여 개에 이르는 새마을금고는 '서민의 금융 울타리’로 불려 왔지만, 최근의 상황은 울타리가 아니라 위험지대에 더 가깝다. 대출 연체율은 8%를 넘어섰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률은 13%에 육박했다.
20년 만의 최악 수치다. 이 정도면 단순한 경기 악화의 결과라기보다, 구조적 병폐의 결과라고 봐야 한다.

■ 국정감사가 드러낸 새마을금고의 민낯
국감 자료에 따르면, 지난 8년간 새마을금고 내부 비위 사고는 60건이 넘었고, 피해액은 700억 원을 웃돈다. 중앙회와 행정안전부가 감독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깜깜이 합병’과 '봐주기 감사'가 반복됐다. 일부 부실 금고는 자기자본이 마이너스인데도 인근 금고에 흡수되는 식으로 덮어버렸다.
이런 구조에서는 '서민의 돈'이 아니라 '조합장과 간부의 돈'만 보호된다. 신뢰는 공공 금융의 생명인데, 지금 새마을금고는 그 신뢰의 밑바닥이 드러나고 있다.

■ 지역 금융과 서민경제
새마을금고의 위기는 곧 지역경제의 위기다. 대형 시중은행이 문을 닫아버린 농어촌, 중소 도시 지역에서 새마을금고는 사실상 유일한 금융 인프라다. 이곳의 부실은 곧바로 예금자 불안으로 이어지고, 조합원들의 연쇄 인출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금고가 망하면 내 적금은 안전한가?”라는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부실 우려 금고에 대한 특별 점검과 금융당국 협력 강화 방침을 내놓았다. 또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으로 2025년 9월부터 1인당 1기관 기준, 원금과 이자를 합쳐 최대 1억 원까지 보호가 가능해졌다. 기존 5천만 원에서 두 배로 늘어난 이번 조치는 서민 금융 안정을 위한 긍정적 변화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최후의 안전망’일 뿐, 절대적 보호막은 아니다.
금고의 경영 부실이나 합병 지연 등 현실적 변수 앞에서는 예금자의 불편과 불안이 그대로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 신뢰 회복을 위한 혁신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첫째, 투명성의 제도화다. 모든 조합의 재무 정보, 부실률, 합병 계획을 공개하고, 회계감사를 외부 독립기관에 맡겨 투명성을 제도화해야 한다.
둘째, 전문성의 강화다. 조합장 선출이 여전히 지역 인맥 중심으로 이뤄지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 최소한의 금융 전문성 기준을 도입하고, 중앙회는 리스크 관리 인력을 확대해야 한다.
셋째, 책임성의 확립이다. 감독기관인 행정안전부와 중앙회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주체가 명확히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 '공동 책임’은 결국 '무책임'으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민을 위한 진짜 개혁
새마을금고는 지역사회의 신뢰와 연대의 상징이며, 자금 순환과 서민경제를 지탱하는 공공적 금융기관이다. 그러나 그 신뢰가 제도적 무책임으로 훼손된다면, 서민금융의 뿌리마저 흔들릴 것이다.
따라서 금고 운영자들은 '조합의 대표'가 아니라 '서민의 돈을 다루는 공공의 수탁자'라는 자각을 가져야 한다. 금융 지식이 부족한 운영, 내부 통제의 부재, 투명성 결여는 모두 서민 금융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다. 금융의 안전은 제도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새마을금고가 서민의 울타리로 남기 위해서는 지금이야말로 운영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다시 세워야 한다. 신뢰의 리셋 없이는, 어떤 제도적 보호도 진정한 안심이 될 수 없다.
국감의 질타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진짜 개혁은, 서민의 돈이 다시 서민을 위해 쓰일 때 완성된다.

*다음 호에는 신협, 산림조합 등 상호금융권의 위기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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