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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소송은 사적 책임을 넘어 공동체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영암일보입력 : 2025. 12. 19(금)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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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 영암장흥지사 정미정 팀장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인간 사회는 수많은 허구(fiction) 위에서 운영되지만, 그 허구가 모두 같은 가치를 지닌 것은 아니다. 좋은 허구는 더 많은 협력을, 나쁜 허구는 더 큰 비용을 초래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국민의 건강과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담배 문제는 바로 ‘나쁜 허구’가 만들어낸 전형적인 사회적 비용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4년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등 국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담배소송은 어느덧 11년의 시간을 지나며 최종 판단을 앞두고 있다. 흡연의 폐해는 오랜 시간 결코 추상적 논쟁이 아니었다. 공단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흡연과 직접 관련된 사회경제적 비용은 매년 11조 원을 넘고, 이 가운데 약 3조~4조 원은 건강보험 재정의 직접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가 흡연으로 인한 치료비를 막기 위해 새어나가고 있는 셈이다.

특히 담배에 포함된 유해 성분에 대한 정보는 오랫동안 제조사의 판단과 입장에 가려져 있었다. 4,000여 종의 화학물질, 70종 이상의 발암물질이 담배 안에 함유돼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공표된 것만 봐도 그동안 투명성이 얼마나 부족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결국 이는 흡연자의 선택권과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해온 매우 중대한 문제다.

담배회사는 책임이 개인의 선택에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선택이란 충분한 정보, 건강한 환경, 그리고 사회적 뒷받침 속에서만 실질적인 의미를 갖는다. 『사피엔스』에서 하라리가 강조했듯, 인간은 혼자가 아니라 협력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이다. 개인의 결정조차 사회적 맥락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막대한 광고비를 들여 흡연을 미화하고 중독성을 높여온 담배회사가 그 책임을 개인에게만 떠넘길 수 없는 이유다.

다행스럽게도 올해부터는 담배의 유해 성분 표시가 대폭 강화되었고, 전문학회와 시민사회에서도 흡연 피해의 인과성을 입증하는 다수의 연구가 발표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캐나다, 호주 등 여러 국가가 이미 담배 제조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려 왔다. 우리도 이제 담배 문제를 개인의 선택이 아닌 공공의 건강과 재정을 지키는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담배소송은 단순한 법적 분쟁이 아니다. 이는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제도적 전환점이며, 담배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을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한 첫 걸음이다. 특히 저출산·고령화로 건강보험 재정이 급격히 악화되는 지금, 담배로 인한 불필요한 지출을 막는 일은 피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담배소송의 의미는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 국민의 건강과 재정을 위협하는 ‘나쁜 허구’를 걷어내고 더 많은 협력을 이끌어내는 사회적 규범을 세우는 일. 유발 하라리가 말했듯, 우리가 어떤 허구를 믿고 유지하느냐는 공동체의 미래를 결정한다.

이번 담배소송이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하고 더 협력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역사적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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