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징계, '감정'의 칼춤을 멈추고 '법리'의 메스로 돌아가라
의정부지방법원 2021구합14405 판결 통해 본 군 법무관의 과제
영암일보입력 : 2026. 01. 09(금) 10:36

▲김경호 변호사
군인의 명예는 목숨과 같다. 그 명예를 박탈하거나 흠집 내는 징계처분은, 한 군인의 직업적 생명을 끊을 수도 있는 시퍼런 칼날이다. 그렇기에 그 칼날은 정교한 법리와 명백한 증거라는 숫돌 위에서만 갈려져야 한다. 그러나 최근 의정부지방법원의 판결(2021구합14405)은 우리 군의 징계 시스템이 얼마나 무딘 칼을 휘두르고 있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법원은 사단장이 내린 징계 처분을 취소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징계 사유가 단 하나도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패소가 아니라, 군법무관 조직의 법률적 참패다.
첫째, '불만 토로'와 '언어폭력'을 구분하지 못하는 미숙함이다. 법원은 해당 장교가 업무 처리에 불만을 품고 "평정을 긁어버리겠다"고 한 발언을 언어폭력으로 보지 않았다. 욕설도, 인격 모독도 없었기 때문이다. 군법무관들은 '듣기 싫은 소리'와 '법적으로 처벌해야 할 폭력'의 경계를 허물었다. 상급자의 거친 표현이 부하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는 있다. 그러나 징계라는 공권력을 발동하려면 법령이 정한 '심한 욕설이나 인격 모독으로 인한 심리적 충격'이라는 요건을 엄격히 충족해야 한다. 단순히 부하의 심기를 거스르는 발언을 징계로 엮으려는 시도는 법치주의가 아닌 '기분주의'에 불과하다.
둘째,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을 망각한 '끼워 맞추기'식 법 적용이다. 군법무관 측은 해당 장교가 설문 작성자를 알아내려 한 행위를 '신고자 비밀보장 의무 위반'으로 보았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단호히 배척했다. 법령은 신고자의 신원을 '공개'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것을 금지할 뿐, 심증을 가지고 추궁하는 행위 자체를 비밀보장 의무 위반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물론 색출 시도는 비난받아 마땅한 행위일 수 있다. 그러나 법률가라면 '도덕적 비난 가능성'과 '법적 징계 사유'를 냉철히 구분했어야 한다. 없는 죄목을 만들어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은 법 기술자의 오만이다.
셋째, 맥락을 거세한 기계적 성인지 감수성 적용이다. 회식 자리에서의 신체 접촉을 모두 성적 의도로 단정한 것은 과도했다. 법원은 동성, 이성을 불문하고 친근함의 표시로 이루어진 일회성 접촉(손잡기)을 성희롱이나 추태로 곧바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상황, 관계, 지속성 등 구체적 맥락을 소거한 채 "신체가 닿았으니 징계"라는 식의 일방적 접근은 징계의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한다.
군법무관들에게 고한다. 당신들의 역할은 지휘관의 의중을 법률 용어로 포장해 주는 '대서소'가 아니다. 흥분한 지휘권자가 감정적으로 칼을 뽑으려 할 때, 법전(法典)이라는 방패로 막아서며 "이것은 법리적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라고 직언할 수 있는 '브레이크'가 되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 드러난 오류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증거재판주의와 엄격해석의 원칙이라는 법조인의 기본 소양을 망각한 실력없음음의 반증이다. 향후 징계 조사에서는 다음 두 가지를 뼛속 깊이 새겨야 한다.
① 사실관계의 확정은 현미경처럼 정밀해야 한다. '카더라' 통신이나 막연한 진술이 아니라, 육하원칙에 부합하는 객관적 증거만을 채택하라. ② 법규의 적용은 외과수술처럼 엄격해야 한다. 법령 문언의 한계를 넘어서는 확장 해석은 죄형법정주의를 파괴하는 위법 행위임을 명심하라.
억울한 징계로 멍든 군인의 가슴은 판결문 한 장으로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위법한 징계를 남발하여 군의 기강을 무너뜨린 책임, 이제는 법을 다루는 당신들이 느껴야 할 차례다.
[약력]
육군대학 법무실장
군사법 교관
합동군사대학교 법무실장
국방부 외부 인권교수
합동군사대학교 명예교수
첫째, '불만 토로'와 '언어폭력'을 구분하지 못하는 미숙함이다. 법원은 해당 장교가 업무 처리에 불만을 품고 "평정을 긁어버리겠다"고 한 발언을 언어폭력으로 보지 않았다. 욕설도, 인격 모독도 없었기 때문이다. 군법무관들은 '듣기 싫은 소리'와 '법적으로 처벌해야 할 폭력'의 경계를 허물었다. 상급자의 거친 표현이 부하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는 있다. 그러나 징계라는 공권력을 발동하려면 법령이 정한 '심한 욕설이나 인격 모독으로 인한 심리적 충격'이라는 요건을 엄격히 충족해야 한다. 단순히 부하의 심기를 거스르는 발언을 징계로 엮으려는 시도는 법치주의가 아닌 '기분주의'에 불과하다.
둘째,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을 망각한 '끼워 맞추기'식 법 적용이다. 군법무관 측은 해당 장교가 설문 작성자를 알아내려 한 행위를 '신고자 비밀보장 의무 위반'으로 보았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단호히 배척했다. 법령은 신고자의 신원을 '공개'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것을 금지할 뿐, 심증을 가지고 추궁하는 행위 자체를 비밀보장 의무 위반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물론 색출 시도는 비난받아 마땅한 행위일 수 있다. 그러나 법률가라면 '도덕적 비난 가능성'과 '법적 징계 사유'를 냉철히 구분했어야 한다. 없는 죄목을 만들어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은 법 기술자의 오만이다.
셋째, 맥락을 거세한 기계적 성인지 감수성 적용이다. 회식 자리에서의 신체 접촉을 모두 성적 의도로 단정한 것은 과도했다. 법원은 동성, 이성을 불문하고 친근함의 표시로 이루어진 일회성 접촉(손잡기)을 성희롱이나 추태로 곧바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상황, 관계, 지속성 등 구체적 맥락을 소거한 채 "신체가 닿았으니 징계"라는 식의 일방적 접근은 징계의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한다.
군법무관들에게 고한다. 당신들의 역할은 지휘관의 의중을 법률 용어로 포장해 주는 '대서소'가 아니다. 흥분한 지휘권자가 감정적으로 칼을 뽑으려 할 때, 법전(法典)이라는 방패로 막아서며 "이것은 법리적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라고 직언할 수 있는 '브레이크'가 되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 드러난 오류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증거재판주의와 엄격해석의 원칙이라는 법조인의 기본 소양을 망각한 실력없음음의 반증이다. 향후 징계 조사에서는 다음 두 가지를 뼛속 깊이 새겨야 한다.
① 사실관계의 확정은 현미경처럼 정밀해야 한다. '카더라' 통신이나 막연한 진술이 아니라, 육하원칙에 부합하는 객관적 증거만을 채택하라. ② 법규의 적용은 외과수술처럼 엄격해야 한다. 법령 문언의 한계를 넘어서는 확장 해석은 죄형법정주의를 파괴하는 위법 행위임을 명심하라.
억울한 징계로 멍든 군인의 가슴은 판결문 한 장으로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위법한 징계를 남발하여 군의 기강을 무너뜨린 책임, 이제는 법을 다루는 당신들이 느껴야 할 차례다.
[약력]
육군대학 법무실장
군사법 교관
합동군사대학교 법무실장
국방부 외부 인권교수
합동군사대학교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