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
발행인의 燈(등)-산천어의 비명 위에 세운 축제, 우리는 무엇을 즐기고 있는가
영암일보입력 : 2026. 01. 23(금) 10:52
가가
▲김백호 영암일보 대표이사/법학박사
병오년 새해, 강원도 화천은 다시 산천어 축제로 들썩인다. 수백만 명의 방문객과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성과는 이 축제를 성공 사례로 포장한다. 그러나 얼음판 아래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마주하면, 이 축제는 인간의 오락을 위해 기획된 거대한 죽음의 무대이기도 하다.

모든 생명은 등가(等價)다. 태양과 대지는 차별 없이 생명을 키우고,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로서 다른 생명 없이는 단 하루도 살아갈 수 없다. 그럼에도 인간은 유독 ‘축제’라는 이름 아래에서만 이 상식을 유예한다.

화천 산천어 축제의 얼음 위에는 수천 개의 구멍이 뚫린다. 그 아래에는 도망칠 수 없도록 갇힌 약 80만 마리의 산천어가 있다. 이들은 생존을 위한 사냥도, 불가피한 식량 확보도 아니다. 오직 ‘재미’를 위해 물 밖으로 끌려 올라온다. 공기 중에서 몸부림치다 죽고, 맨손 잡기 체험장에서는 아이들의 환호 속에 생명이 장난처럼 다뤄진다. 살아남은 개체들조차 극심한 스트레스와 상처 속에서 폐사하여 가공 공장으로 향한다.

문제는 무지가 아니라 외면이다. 과학은 이미 어류 역시 고통과 스트레스를 분명히 느낀다는 사실을 밝혀왔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를 알면서도 즐거움이라는 명분으로 생명의 고통을 합리화한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장면이 아이들의 기억 속에 ‘추억’으로 저장된다는 점이다. 교육은 말이 아니라 풍경으로 이루어진다. 우리가 무엇을 즐기는지를 통해 아이들은 배운다. 약한 생명을 마음대로 다뤄도 된다는 학습은 생명 존중이 아닌 생명 경시를 가르친다.

생태적 책임 또한 외면되고 있다. 축제에 동원되는 산천어는 외부에서 대량 양식·공수된 개체들이다. 하천은 인위적으로 훼손되고 방류와 회수 과정은 생태계를 교란한다. 지속 가능성도 생태 윤리도 찾아보기 어렵다.

더 무거운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이 지자체 주도로 국민 세금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민간의 일탈이 아니라 공공의 이름으로 조직된 행사다. 모든 생명은 등가다. 이를 부정하는 사회는 결국 자기 생명의 가치마저 훼손하게 된다.

축제를 부정하자는 말이 아니다. 생명을 해치지 않는 겨울 축제는 이미 충분히 가능하다. 문제는 선택이다.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잔인한 관성을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시대에 걸맞은 양심으로 방향을 바꿀 것인가.

축제는 즐거워야 한다. 그러나 그 즐거움이 다른 생명의 절규 위에 세워져서는 안 된다. 이제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무엇을 즐기고 있으며, 그 대가는 누가 치르고 있는가. 생명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존중하는 사회, 그 윤리적 기준이 바로 지금 우리의 축제 문화 앞에 놓여 있다.

실시간뉴스

많이 본 뉴스

기사 목록

영암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