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를 참칭한 ‘법적 곡예’, 군징계의 민낯
대구지법 2018구합20629 판결을 통해 본 군법무관의 과제
영암일보입력 : 2026. 02. 06(금) 10:13

▲김경호 변호사
법은 이성적으로 명료해야 한다. 죄가 있으면 벌하고, 근거가 없으면 멈춰야 한다. 그러나 대구지방법원 2018구합20629 판결은 군징계권이 ‘정의’라는 미명 하에 얼마나 조잡하게 휘둘러질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군법무관들은 시효가 지난 과거의 잘못을 처벌하기 위해 법리를 비틀고, 행정 지시를 명령으로 둔갑시키는 ‘법적 곡예’를 부렸다. 이는 명백한 직무 유기이자, 법률가로서의 자존심을 버린 행위다.
법원은 이 사건 징계의 치명적인 오류를 핀셋으로 집어내듯 정확히 타격했다. 핵심은 ‘지시의 대상’과 ‘성격’을 혼동한 것이다. 군당국은 부대 지휘관에게 내려진 ‘무기·탄약 색출 활동 지시’라는 행정적 공문을, 개별 군인에게 내려진 ‘탄약 반납 명령’이라고 우겼다. 시효가 만료되어 ‘절도’로 처벌할 수 없게 되자, 억지로 ‘지시 불이행(복종 의무 위반)’이라는 죄목을 창조해낸 것이다. 이는 법치주의의 기본인 ‘죄형법정주의’ 정신을 징계 절차에서 짓밟은 꼴이다. 지휘관이 받은 행정 지침을, 말단 간부가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향한 직접적인 직무 명령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논리는 군대라는 조직의 특수성을 고려해도 지나친 비약이다.
군법무관들에게 묻는다. 당신들의 역할은 지휘관의 심기를 보좌하여 ‘어떻게든’ 처벌하는 기술을 제공하는 것인가, 아니면 법과 원칙에 따라 징계의 정당성을 감시하는 것인가?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증거 해석은 게으르다 못해 비겁했다. ‘결과(강등)’를 정해놓고 ‘과정(논리)’을 끼워 맞추는 식의 수사는 법조인이 가장 경계해야 할 악습이다. 소위 “군의 입장이 논리를 만든다”
이런 위법한 징계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군법무관은 ‘법률 기술자’가 아닌 ‘법의 수호자’로 돌아가야 한다. 징계 사유를 검토할 때, 행정 편의적인 해석을 배격하고 엄격한 증거주의를 고수해야 한다. “나쁜 놈이니 어떻게든 처벌하자”는 감정적 정의감은 법정에 서는 순간 무너진다. 막연한 공문을 구체적 명령으로 둔갑시키는 촌극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칼날은 예리할수록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하듯, 징계권이라는 칼은 명확한 법리 위에서만 휘둘러져야 한다. 그것이 군 사법 정의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약력]
육군대학 법무실장
군사법 교관
합동군사대학교 법무실장
국방부 외부 인권교수
합동군사대학교 명예교수
법원은 이 사건 징계의 치명적인 오류를 핀셋으로 집어내듯 정확히 타격했다. 핵심은 ‘지시의 대상’과 ‘성격’을 혼동한 것이다. 군당국은 부대 지휘관에게 내려진 ‘무기·탄약 색출 활동 지시’라는 행정적 공문을, 개별 군인에게 내려진 ‘탄약 반납 명령’이라고 우겼다. 시효가 만료되어 ‘절도’로 처벌할 수 없게 되자, 억지로 ‘지시 불이행(복종 의무 위반)’이라는 죄목을 창조해낸 것이다. 이는 법치주의의 기본인 ‘죄형법정주의’ 정신을 징계 절차에서 짓밟은 꼴이다. 지휘관이 받은 행정 지침을, 말단 간부가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향한 직접적인 직무 명령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논리는 군대라는 조직의 특수성을 고려해도 지나친 비약이다.
군법무관들에게 묻는다. 당신들의 역할은 지휘관의 심기를 보좌하여 ‘어떻게든’ 처벌하는 기술을 제공하는 것인가, 아니면 법과 원칙에 따라 징계의 정당성을 감시하는 것인가?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증거 해석은 게으르다 못해 비겁했다. ‘결과(강등)’를 정해놓고 ‘과정(논리)’을 끼워 맞추는 식의 수사는 법조인이 가장 경계해야 할 악습이다. 소위 “군의 입장이 논리를 만든다”
이런 위법한 징계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군법무관은 ‘법률 기술자’가 아닌 ‘법의 수호자’로 돌아가야 한다. 징계 사유를 검토할 때, 행정 편의적인 해석을 배격하고 엄격한 증거주의를 고수해야 한다. “나쁜 놈이니 어떻게든 처벌하자”는 감정적 정의감은 법정에 서는 순간 무너진다. 막연한 공문을 구체적 명령으로 둔갑시키는 촌극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칼날은 예리할수록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하듯, 징계권이라는 칼은 명확한 법리 위에서만 휘둘러져야 한다. 그것이 군 사법 정의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약력]
육군대학 법무실장
군사법 교관
합동군사대학교 법무실장
국방부 외부 인권교수
합동군사대학교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