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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의 燈(등)-가벼운 입과 무거운 말
영암일보입력 : 2026. 04. 17(금)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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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호 영암일보 대표이사/법학박사
입을 가벼이 하지 말라.
부처님께서는 사람의 혀(舌)를 삼촌적부(三寸赤斧)라 하여 ‘3치의 붉은 도끼’라 하시며 잘 쓰면 사람을 유익하게 하는 이기(利器)가 되지만 잘못 쓰면 사람을 해롭게 하는 무기(武器)가 된다고 말씀하셨다.
입이 가벼운 사람은 행동이 가볍고 믿음이 가지 않는다. 언행에서 드러나는 신뢰는 단순한 도의적 척도가 아니라 공동체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약속이고 원칙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흔들리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가벼운 입’의 범람에 있다.
말은 공기처럼 가볍게 흘러간다. 그러나 그 여파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한때 “남자의 한 마디는 천금보다 무겁다”는 뜻의 '남아일언중천금’은 삶의 기준이었다. 그 말 한마디에 책임이 따랐고, 약속에는 반드시 결과가 뒤따랐다. 말은 곧 신뢰였고, 신뢰는 곧 삶의 기반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말은 넘쳐나지만 책임은 사라졌다. 디지털 공간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거짓정보가 순식간에 퍼지고, 일상에서는 무심코 던진 말이 타인에게 상처를 입힌다. 가벼운 농담이 갈등이 되고 즉흥적인 발언이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일도 낯설지 않다. 말의 속도는 비약적으로 빨라졌지만 그에 따르는 책임의식은 한참 뒤처져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가벼움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키지 못할 약속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고 상황이 바뀌면 손쉽게 말을 뒤집는다.
그 결과는 분명하다. 신뢰의 붕괴다. 신뢰는 거창한 선언으로 쌓이지 않는다. 사소한 말 한마디 작은 약속 하나가 지켜질 때 비로소 형성된다. 반대로 그것이 반복적으로 무너질 때 관계는 소리 없이 금이 가고 결국 산산이 부서진다.
우리는 지금 ‘말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그래서 더욱 절실한 것은'말의 절제’다. 입을 여는 순간, 그 말은 더 이상 개인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기록으로 남으며 때로는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만든다. 이 단순한 사실을 외면하는 순간 개인의 신뢰는 물론 사회 전체의 기반까지 흔들린다.
결국 문제는 시대가 아니라 태도다.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는 습관, 약속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자세, 그리고 자신의 말에 끝까지 책임을 지려는 의지, 이것이 사라진 사회는 결코 건강할 수 없다.
우리 속담에 '밤 말은 쥐가 듣고 낮 말은 새가 듣는다’는 말이 있다. 입이 가벼우면 부메랑처럼 반드시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입을 가볍게 하는 순간 신뢰는 무너진다. 그리고 신뢰가 무너진 사회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른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말이 아니라, 정화(淨化) 되고 공들인 정직하고 더 무거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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