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녀
늙은 시인들의 동네 - 1부
영암일보입력 : 2026. 04. 17(금) 10:32

▲박석구 문인
“어야, 삼삼한 걸 하나 소개할팅께 언능 나와바라이.”
평소 그 놈을 안다하는 사람은 모두 ‘개잡놈’으로 통하는 초등학교 동창 친구에게서 빨리 ‘비둘기가든 식당’으로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놈이 평생 하는 요량을 보면, 마누라가 ‘초원가든’이라는 식당을 하고 있는데, 마누라가 식당 구석에서 마누라 친구들과 고스톱으로 딴 참기름 5병을 들고 목포에 있는 애인에게 자랑스럽게 갖다주는 놈이었다. 한번은 사슴을 키우는 농장에 놀러갔다가 주인이 없는 사이, 쇠파이프로 그 중 제일 큰 사슴의 옆구리를 수직으로 강타하고 모른 체하다 사슴이 3일 만에 죽자, 헐값으로 사서 사슴고를 내어 서울에 있는 애인에게 택배로 붙인 일도 있었다. 그런데 일이 묘하게 되려고 그 물건이 서울 애인 집에 도착하자 마침 그 집 서방이 집에 있어버려, 그 여자가 택배가 잘못 왔다고 시치미를 뚝 떼는 통에 이 놈 집으로 다시 반송돼 버린 것이다. 이걸 알아버린 마누라가 눈이 휙 돌아가지고 쇠망치를 들고 ‘이 썩을 놈, 죽일 놈’하며 이놈을 쫓아다니다 식당 탁자 반을 아작내 버린 사건. 또 식당에 쌀이 떨어져 마누라가 사정하여 외상으로 40kg들이 6포대를 들여놓고 장을 보러 간 사이, 목포의 단란주점에서 외상 술값을 이놈에게 받으러 오자 그 쌀로 외상을 갚아버려 며칠간 식당 장사를 못한 일. 그리고 이 자식은 돈만 생겼다 하면 집을 나가는데, 누군가 ‘언제나 들어온다요?’ 물으면 그 마누라가 ‘그 새끼 며칠날 들어올 꺼요’하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러면 딱 그날 밤,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털레털레 집으로 돌아온다는, 돈 까먹는 귀신새끼다. 어디 그뿐이랴. 허나 이 정신상태가 묘한 놈을 지금까지 데리고 산 마누라의 속은 도대체 뭘까? 궁금했는데 다른 친구의 귀뜸은 이 자식이 그것 하나는 끝내 준다는 것이었다. 쓰발, 세상은 왜 이렇게 불공평할까? ‘길녀야, 길녀. 인사해’ 하며 마지못해 찾아간 나를 보고 이 자식이 나를 잡아당기며 내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길에서 줏은 여자, 길녀’하는 것이었다. 아니, 그런데 이 아줌마 말하는 것 보소. “오매, 어특게 내 이름을 알고 있당가. 내가 언제 갈쳐 주도 안 했는디.” 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아니, 이름이 어떻게 된디 그러셔?” “길례, 길례지라이” 하면서 주민등록증을 보여주는데 염병할, 이름이 장길례였다. 어떻게 이렇게 말 궁합도 잘 맞는지. 내가 조금 늦게 간 탓에 이미 둘이서 불콰해져,
그녀가 화장실을 갔다.
“어떠냐, 삼삼하지.”
“그나, 또 어떻게 꼬셨냐?”
“봐라 봐라. 내가 목포 수협공판장엘 갔드라냐. 근디 공판장 사거리 있잖냐. 거길 건널라고 한디야. 저 여자가 눈에 확 들어오더라구. 그래서 건네 올 때까지 기다렸지.”
“···”
“저 여자가 건너옹께. 내가 저 여자를 붙잡고 ‘나 좀 살려주씨오. 내 친구하고 약속한 날이 오늘인디, 내가 숫해서 가슴만 앓고 있다가 이렇게 댁한테 사정하요’ 그랬더니 ‘뭔디요?’ 하고 반응을 보이더라고. 그래서 ‘내 친구 놈이 내가 일주일 안에 여자 한 명과 같이만 있으면 날 고자라고 안 부른다고 그럽디다. 안그러면 나 오늘부로 고자돼요. 그러니 딱 한 시간만 시간 좀 내주씨요. 부탁하요.’ 했더니, 한참 생각한 척하더니 ‘그라먼 딱 한시간이요.’ 하더라니까. 그래서 데리고 왔잖냐.”
“그것이 나랑 무슨 상관이냐?”
“꼬시긴 했는데, 부를 사람이 너밖에 없드라.”
“그래서 바로 데리고 온 거야?”
“내가 어뜬 놈인디. 오다가 장을 봐 부렀지.”
“장을 보다니?”
“쓰발 놈, 장 본다 말도 모르냐? 장아 장. 서울장, 청원장하는 여관 말이여.”
이 잡놈 봐라. 어떻게 그리 빨리 해치울 수가.
“내 무쏘에 태와가꼬 온디 이쪽으로 오는 길까에 여관들이 겁나 많드라고. 그래서 중간에 차를 한 장으로 몰고 들어갔지. 그람서 ‘가슴이 통개통개해서 좀 쉬었다 갑시다.’ 하고 잡아끌었더니 ‘이러면 안돼요’ 하고 첨엔 무쟈게 버티드만. 내가 막 잡아끌고 방까지 들어갔네? ‘내가 고자 아닌가 확인도 해야지라’ 그럼시러 밀어부쳤지. 염병할 여자가 첨엔 털더니, 딱 들어가니께 뭐라 한지 아냐? ‘으오매, 조오은거’ 하드라니깐.”
장길례가 돌아왔다. 그러자 이 화상 좀 보소. 여자 한쪽 손을 잡아당겨 자리에 앉히더니 은근한 눈길을 퍼부으며 말한 것 좀 보소.
“워따, 시원하것네이. 이왕에 갔으면 아조 뒷물이랑 하고 오제 그랬는가.”
그 말에 여자 눈을 힐끗 흘기면서 하는 말하는 꼬락서니 좀 보게나.
“앞에 남정네 놔두고 벨소리를 다하네. 하기사 내가 그라니라고 늦었구만.”
어라 어라, 놀아라 놀아. 나는 더 이상 있으면 나도 잡놈이 될 것 같아 ‘지금 바쁜 일이 있어 가 봐야’겠다고 자리를 털며 일어섰다. 그런데 이 잡놈 말하는 것 좀 보소.
“나 약속 지켰으니께. 니가 술값 내고 가라이.”
으이구, 썩을 새끼. “이제, 뭐할래?” 하고 물었더니, 이 잡놈.
“장 한 번 더 봐야제. 돈 좀 빌려줄래?” 한다.
오매오매, 이 개잡놈을 어찌해야 할꼬.
- 책 <늙은 시인들의 동네> 중에서
평소 그 놈을 안다하는 사람은 모두 ‘개잡놈’으로 통하는 초등학교 동창 친구에게서 빨리 ‘비둘기가든 식당’으로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놈이 평생 하는 요량을 보면, 마누라가 ‘초원가든’이라는 식당을 하고 있는데, 마누라가 식당 구석에서 마누라 친구들과 고스톱으로 딴 참기름 5병을 들고 목포에 있는 애인에게 자랑스럽게 갖다주는 놈이었다. 한번은 사슴을 키우는 농장에 놀러갔다가 주인이 없는 사이, 쇠파이프로 그 중 제일 큰 사슴의 옆구리를 수직으로 강타하고 모른 체하다 사슴이 3일 만에 죽자, 헐값으로 사서 사슴고를 내어 서울에 있는 애인에게 택배로 붙인 일도 있었다. 그런데 일이 묘하게 되려고 그 물건이 서울 애인 집에 도착하자 마침 그 집 서방이 집에 있어버려, 그 여자가 택배가 잘못 왔다고 시치미를 뚝 떼는 통에 이 놈 집으로 다시 반송돼 버린 것이다. 이걸 알아버린 마누라가 눈이 휙 돌아가지고 쇠망치를 들고 ‘이 썩을 놈, 죽일 놈’하며 이놈을 쫓아다니다 식당 탁자 반을 아작내 버린 사건. 또 식당에 쌀이 떨어져 마누라가 사정하여 외상으로 40kg들이 6포대를 들여놓고 장을 보러 간 사이, 목포의 단란주점에서 외상 술값을 이놈에게 받으러 오자 그 쌀로 외상을 갚아버려 며칠간 식당 장사를 못한 일. 그리고 이 자식은 돈만 생겼다 하면 집을 나가는데, 누군가 ‘언제나 들어온다요?’ 물으면 그 마누라가 ‘그 새끼 며칠날 들어올 꺼요’하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러면 딱 그날 밤,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털레털레 집으로 돌아온다는, 돈 까먹는 귀신새끼다. 어디 그뿐이랴. 허나 이 정신상태가 묘한 놈을 지금까지 데리고 산 마누라의 속은 도대체 뭘까? 궁금했는데 다른 친구의 귀뜸은 이 자식이 그것 하나는 끝내 준다는 것이었다. 쓰발, 세상은 왜 이렇게 불공평할까? ‘길녀야, 길녀. 인사해’ 하며 마지못해 찾아간 나를 보고 이 자식이 나를 잡아당기며 내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길에서 줏은 여자, 길녀’하는 것이었다. 아니, 그런데 이 아줌마 말하는 것 보소. “오매, 어특게 내 이름을 알고 있당가. 내가 언제 갈쳐 주도 안 했는디.” 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아니, 이름이 어떻게 된디 그러셔?” “길례, 길례지라이” 하면서 주민등록증을 보여주는데 염병할, 이름이 장길례였다. 어떻게 이렇게 말 궁합도 잘 맞는지. 내가 조금 늦게 간 탓에 이미 둘이서 불콰해져,
그녀가 화장실을 갔다.
“어떠냐, 삼삼하지.”
“그나, 또 어떻게 꼬셨냐?”
“봐라 봐라. 내가 목포 수협공판장엘 갔드라냐. 근디 공판장 사거리 있잖냐. 거길 건널라고 한디야. 저 여자가 눈에 확 들어오더라구. 그래서 건네 올 때까지 기다렸지.”
“···”
“저 여자가 건너옹께. 내가 저 여자를 붙잡고 ‘나 좀 살려주씨오. 내 친구하고 약속한 날이 오늘인디, 내가 숫해서 가슴만 앓고 있다가 이렇게 댁한테 사정하요’ 그랬더니 ‘뭔디요?’ 하고 반응을 보이더라고. 그래서 ‘내 친구 놈이 내가 일주일 안에 여자 한 명과 같이만 있으면 날 고자라고 안 부른다고 그럽디다. 안그러면 나 오늘부로 고자돼요. 그러니 딱 한 시간만 시간 좀 내주씨요. 부탁하요.’ 했더니, 한참 생각한 척하더니 ‘그라먼 딱 한시간이요.’ 하더라니까. 그래서 데리고 왔잖냐.”
“그것이 나랑 무슨 상관이냐?”
“꼬시긴 했는데, 부를 사람이 너밖에 없드라.”
“그래서 바로 데리고 온 거야?”
“내가 어뜬 놈인디. 오다가 장을 봐 부렀지.”
“장을 보다니?”
“쓰발 놈, 장 본다 말도 모르냐? 장아 장. 서울장, 청원장하는 여관 말이여.”
이 잡놈 봐라. 어떻게 그리 빨리 해치울 수가.
“내 무쏘에 태와가꼬 온디 이쪽으로 오는 길까에 여관들이 겁나 많드라고. 그래서 중간에 차를 한 장으로 몰고 들어갔지. 그람서 ‘가슴이 통개통개해서 좀 쉬었다 갑시다.’ 하고 잡아끌었더니 ‘이러면 안돼요’ 하고 첨엔 무쟈게 버티드만. 내가 막 잡아끌고 방까지 들어갔네? ‘내가 고자 아닌가 확인도 해야지라’ 그럼시러 밀어부쳤지. 염병할 여자가 첨엔 털더니, 딱 들어가니께 뭐라 한지 아냐? ‘으오매, 조오은거’ 하드라니깐.”
장길례가 돌아왔다. 그러자 이 화상 좀 보소. 여자 한쪽 손을 잡아당겨 자리에 앉히더니 은근한 눈길을 퍼부으며 말한 것 좀 보소.
“워따, 시원하것네이. 이왕에 갔으면 아조 뒷물이랑 하고 오제 그랬는가.”
그 말에 여자 눈을 힐끗 흘기면서 하는 말하는 꼬락서니 좀 보게나.
“앞에 남정네 놔두고 벨소리를 다하네. 하기사 내가 그라니라고 늦었구만.”
어라 어라, 놀아라 놀아. 나는 더 이상 있으면 나도 잡놈이 될 것 같아 ‘지금 바쁜 일이 있어 가 봐야’겠다고 자리를 털며 일어섰다. 그런데 이 잡놈 말하는 것 좀 보소.
“나 약속 지켰으니께. 니가 술값 내고 가라이.”
으이구, 썩을 새끼. “이제, 뭐할래?” 하고 물었더니, 이 잡놈.
“장 한 번 더 봐야제. 돈 좀 빌려줄래?” 한다.
오매오매, 이 개잡놈을 어찌해야 할꼬.
- 책 <늙은 시인들의 동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