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
발행인의 燈(등)-혼탁한 사바세계에 다시 울리는 목탁 소리
도갑사 미륵전 선관 큰스님 만일기도 회향 후 이번 달 10일 천일기도 다시 시작
영암일보입력 : 2026. 05. 14(목) 10:42
가가
▲김백호 영암일보 대표이사/법학박사
연등이 거리를 밝히는 계절이다. 사람들은 부처님 오신 날이 되면 절을 찾고 등을 달며 소원을 빈다. 그러나 오늘의 사바세계는 과연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를 얼마나 닮아가고 있는가. 탐욕은 넘쳐나고 거짓은 일상이 되었으며 사람들은 물질의 높이만을 쫓다가 마음의 깊이를 잃어버렸다. 말은 넘치지만, 진실은 메말랐고, 권력은 커졌지만, 양심은 작아졌다. 바로 이러한 시대이기에 우리는 다시금 진정한 수행자의 모습을 되새겨야 한다.
최근 도갑사 미륵전 선관 큰스님의 만일기도 회향 소식이 전해졌다. 만일기도는 하루이틀의 정성이 아니다. 무려 만일, 1998년부터 2026년 2월 12일 기도 회향까지 인간의 시간으로는 27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결같은 원력으로 자신을 태워 중생을 위해 시방세계를 밝히는 수행이다. 이러한 수행 정진은 불교계에 유례가 드물고 세속의 기준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길이다. 그러나 진정한 수행자는 자신의 안위보다 세상의 아픔을 먼저 바라본다. 고통받는 중생의 번뇌를 함께 짊어지고 탐욕과 분노로 혼탁해진 세상을 정화하기 위해 자신을 낮춘다.
더욱 경이로운 것은 만일기도 회향 후에도 쉼 없이 다시 천일기도에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이는 명예를 위한 행보도 세속적 과시도 아니다. 수행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구도자는 깨달음을 자신의 것으로 붙들지 않는다. 다시 중생 속으로 들어가 더 낮은 자리에서 세상을 밝힌다. 그것이 바로 부처님의 길이며 수행자의 참모습이다.
오늘날 종교마저 세속의 욕망과 권력에 물드는 현실 속에서 이러한 원력의 수행은 더욱 큰 울림을 준다. 절은 화려해졌지만, 마음은 가난해졌고, 법문은 많아졌지만, 실천은 줄어들었다. 입으로만 자비를 말하면서 행동으로는 분열과 증오를 키우는 모습도 적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부처님은 무엇을 위해 이 땅에 오셨는가.
부처님은 중생의 욕망을 채워주기 위해 오신 분이 아니다.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인간에게 스스로를 비추는 등불이 되라고 가르치기 위해 오셨다. 탐욕과 집착을 내려놓고 서로를 살리는 삶을 살아가라고 오셨다. 부처님 오신 날의 진정한 의미는 연등의 화려함에 있지 않다. 자기 안의 탐욕과 분노를 내려놓는 작은 실천 속에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너무 거칠고 메말라 있다. 사람은 사람을 믿지 못하고 공동체는 갈라졌으며 약자는 더욱 외면당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말이 아니라 묵묵히 자신을 태우는 수행자의 정신이다. 선관 큰스님의 천일기도 원력이 혼탁한 사바세계를 밝히는 청정한 등불이 되기를 바란다. 또한 우리 모두가 부처님 오신 날을 단순한 기념일이 아닌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수행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목탁 소리는 크지 않다. 그러나 그 울림은 깊다. 혼탁한 세상일수록 진정한 수행자의 침묵과 원력이 더욱 절실하다. 부처님 오신 날, 우리 사회가 다시 사람다운 길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실시간뉴스

많이 본 뉴스

기사 목록

영암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