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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밑에서 ‘출세’ 맹신이 남긴 그림자와 사필귀정의 봄
영암일보입력 : 2026. 05. 29(금)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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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 변호사
2026년 4월의 늦봄, 계절은 순리를 따라 묵묵히 꽃을 피우고 지우건만 인간의 세상은 늘 어리석은 탐욕으로 소란스럽다. 며칠 전 뉴스를 통해 들려온 군검사들의 실형 구형 소식은 잊고 지냈던 십 년 전의 서늘한 기억을 다시금 내 앞으로 소환했다.

2016년 4월, 내가 변호사로서 세상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마주했던 그와의 악연은 꽤나 깊고도 질겼다. 타인을 옥죄는 특유의 오만한 눈빛과 억양. 훗날 그가 박정훈 대령 사건을 맡은 해병대 병사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삶의 기구하고도 교묘한 모순에 헛웃음을 삼켰다. 혹독한 훈련으로 단련된 해병의 기질을 약자를 위한 방패가 아닌, 힘 있는 자의 칼날로 사용하는 데 바치다니. 그것은 세조가 조카 단종을 피로 물들이고 옥좌를 차지했던 조선 시대의 음습한 권력욕, 그 비릿한 DNA의 현대적 변위에 다름 아니었다.

그는 제복의 명예 대신 출세라는 신기루를 좇았다. 박정훈 수사단장의 꼿꼿한 진실 앞에서도 손에 쥐어진 명백한 증거들을 애써 지워버린 채, 윗선의 입맛에 맞춰 '망상'이라는 단어로 구속영장을 엮어냈다. 그 허위와 타협하며 밤을 지새우던 날들, 젊은 군검사는 단 한 번이라도 스스로의 양심을 들여다본 적이 있었을까.

결국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국군 통수권자의 그림자 뒤에 숨어 영원할 줄 알았던 기세는 허망하게 꺾였고, 이제 그는 자신이 쌓아 올린 죗값의 무게를 감당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억울함이 일겠으나, 그것은 스스로 선택한 맹신의 대가이다.

다음 주, 나는 국방부 검찰단의 부패한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고발이라는 무거운 칼을 뽑아 들 참이다. 정작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고자 군인들을 법리에도 맞지 않는 내란의 굴레로 몰아넣고, 억지 기소와 이첩을 반복하며 고통을 가중시키는 이 한심한 작태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부정한 무리를 향해 쏘아 올릴 이 지난한 싸움의 서막을, 역설적이게도 그가 먼저 열어주었다. 참으로 지독한 인연이자 서글픈 고마움이다.

“거짓은 결코 진실의 시간을 이길 수 없다.”

매서운 겨울을 이겨낸 나무만이 단단한 봄의 언어를 틔워내듯, 오랫동안 은폐되었던 정의의 시간 역시 묵묵히 제 몫의 순리를 찾아 흐르고 있다.


[약력]
육군대학 법무실장
군사법 교관
합동군사대학교 법무실장
국방부 외부 인권교수
합동군사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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