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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의 燈(등)-직선제 양보하고 감사권 수호? 농협 개혁, 본질을 비껴가선 안 된다
영암일보입력 : 2026. 06. 26(금)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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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호 영암일보 대표이사/법학박사
농협 개혁이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정부가 조합원 직선제와 감사 기능 독립을 담은 1차 개혁에 이어, 지배구조 개편을 핵심으로 하는 2차 개혁안을 추진하면서 농협의 미래를 좌우할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번 개혁의 핵심은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다. 중앙회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농협을 본래의 주인인 농민과 지역 조합 중심의 조직으로 되돌리는 데 있다.

현재 논의의 최대 쟁점은 사업 구조 개편 방식과 감사 기능의 독립 여부다. 특히 사업 구조 개편은 향후 농협 지배구조의 성격을 결정짓는 중대한 선택이다.

정부가 검토 중인 인적 분할은 농협금융지주 등 지주회사 지분을 전국 지역 조합에 직접 배분하는 방식이다. 이는 중앙회에 집중된 영향력을 분산시키고 지역 조합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물적분할은 사업 부문만 별도 법인으로 나누고 지분은 중앙회가 계속 100% 보유하는 구조다. 형식적인 분할에 그칠 뿐 실질적인 권력 구조에는 변화가 없다. 결국 분할 방식에 따라 농협 개혁이 진정한 권한 분산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현 체제를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지가 결정된다.

이와 함께 최근 농협이 중앙회장 선출 방식의 조합원 직선제 도입에 동의한 것을 바라보는 시선도 복잡하다. 직선제는 시대적 요구이자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한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를 개혁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양보 카드로 활용하면서, 정작 핵심인 감사 기능 독립만큼은 지키려는 전략적 선택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감사 기능의 독립은 농협 개혁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다. 중앙회가 사업과 인사, 예산을 장악한 상태에서 스스로를 감사하는 구조로는 실질적인 견제와 감시가 불가능하다. 그동안 반복되어 온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감사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조직의 자율성을 이유로 감사 독립을 반대하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권한이 집중된 곳일수록 더욱 강력한 견제 장치가 요구되는 것이 현대 조직 운영의 기본 원칙이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 구상대로 개혁이 추진된다면 중앙회가 행사해 온 사업 통제권과 감사권은 상당 부분 분산될 것이다. 특히 중앙회가 지분 100%를 보유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농협금융지주의 지배구조 역시 변화가 불가피하다. 지금까지 중앙회 중심으로 운영되던 의사결정 구조와 출연금 체계도 근본적인 재검토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개혁의 목적은 권력 재배치 자체가 아니다. 개혁의 최종 목적지는 어디까지나 농민이어야 한다. 중앙회장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금융지주의 수익에 의존하면서, 정작 주인인 농민과 지역 조합이 소외되는 구조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농협이 진정으로 농민을 위한 협동조합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힘겨루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직선제 도입만으로 개혁을 자평할 수는 없다.
감사 기능의 독립과 실질적인 권한 분산이라는 본질적 과제를 외면한다면 이번 2차 개혁 역시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농협이 국민과 농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부분적 양보가 아니라 뼈를 깎는 수준의 지배구조 혁신이다. 이번 개혁마저 반쪽짜리로 끝난다면, 농협의 존재 이유를 묻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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