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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징계, ‘관심법’에 기댄 마녀사냥을 멈춰라
대전지법 2020구합100573 징계처분취소 판결을 통해 본 군법무관의 과제
영암일보입력 : 2026. 02. 13(금)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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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 변호사
법치(法治)의 기본은 증거다. 그러나 대전지방법원 판결(2020구합100573)을 통해 드러난 군 징계의 민낯은 법리(法理)가 아닌 ‘상상력’에 기반한 촌극에 가까웠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군 법무관과 징계위원회가 저지른 치명적인 오류를 핀셋으로 집어내듯 적나라하게 질타했다. 이는 단순한 행정처분의 취소를 넘어, 군 사법 시스템의 안이함에 대한 엄중한 경고장이다.

법원이 지적한 결정적 하자는 ‘증거재판주의’의 실종이다. 군 당국은 당사자들이 부적절한 관계를 부인하고 직접적인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오로지 ‘전 남자친구’의 전문진술(hearsay)에 의존했다. 감정이 섞일 수밖에 없는 제3자의 말을 검증 없이 ‘팩트’로 둔갑시킨 것이다. 게다가 ‘모찌하고 싶다’는 문자를 두고 징계위원들이 자의적으로 성적 의미를 부여한 대목은 실소를 자아낸다. 맥락과 증거 없이 특정 단어를 음란하게 해석한 것은, 징계 조사가 아니라 징계위원들의 ‘성적 판타지’를 투영한 소설 집필이나 다름없었다.

법률 전문가인 군법무관들이 ‘충분한 개연성’이라는 증명 책임을 망각한 것은 직무 유기다. 통화 횟수가 많다는 정황만으로, 단 둘이 식사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불륜을 단정 짓는 논리 비약은 법조인으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 삭제된 메시지가 수상하다는 ‘심증’만으로 징계의 칼을 휘두르는 것은 전근대적인 ‘원님 재판’과 무엇이 다른가.

이번 판결은 군징계 실무에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첫째, ‘카더라’ 식의 전문진술은 배격하고 중립적인 제3자의 진술이나 객관적 물증을 확보하라. 둘째, 불분명한 정황을 군법무관의 경험도 미천한 주관적 추측으로 메우지 마라. 의심스러울 때는 피징계자의 이익으로 판단하는 것이 법의 대원칙이다.

군법무관들에게 고한다. 제복 입은 법조인으로서 당신들의 무기는 ‘엄격한 증거’여야지, ‘막연한 추측’이어서는 안 된다. 개인의 명예와 직업적 생명을 다루는 징계 절차에서 ‘관심법(觀心法)’을 걷어치우고, 철저한 법리 검토라는 기본으로 돌아가라. 그것이 무너진 군 사법의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약력]
육군대학 법무실장
군사법 교관
합동군사대학교 법무실장
국방부 외부 인권교수
합동군사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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